R&D HRD 연구
출연(연)
우수연구팀에게 듣는
성과의 비결
문예희 선임전문관리원(yhmoo@kird.re.kr)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재료연구원 R&D팀 인터뷰
인터뷰이: |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이원규PI 박사 박창용 박사, 김휘동 박사, 한국재료연구원KIMS 정호상PI 박사, 고은혜 박사, 보티낫린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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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 | 문예희 선임전문관리원 |
20여년의 장기 프로젝트로 이터븀 광시계 ‘KRISS-Yb1’ 개발에 성공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터븀광시계연구팀과 최근 소변을 통한 암조기진단 기술 개발에 성공한 한국재료연구원 정호상 박사 연구팀을 만나보았습니다. 성과를 내는 R&D 연구팀은 어떻게 일하는지, R&D 연구는 왜 팀이어야만 하는지, 그들이 생각하는 팀의 의미와 성공요인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R&D팀, 그들의 고민과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목표를 공유하며 각자의 전문분야에 집중
Q. 안녕하세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터븀 광시계 연구팀’에서 진행하는 연구 소개 부탁드립니다.
[KRISS]
이터븀ytterbium ‘광시계’를 개발하는 연구가 우리 팀의 주요 미션입니다. 현재 1초의 정의는 세슘원자의 마이크로파전이선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요. 최근 광주파수에서 동작하는 원자시계인 “광시계”가 정확도를 100배 이상 향상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저희 팀은 20년간의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이터븀 광시계 KRISS-Yb1의 개발에 성공했고, 국제도량형사무국(BIPM)의 정식 승인을 받아 2021년부터 전 세계 시간의 기준이 되는 세계협정시Coordinated Universal Time, UTC를 생성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희가 개발한 KRISS-Yb1은 세계 시간과 대한민국 시간의 기준을 만들고 있습니다.
Q. ‘1초의 기준’을 재정의한 우수한 연구 성과를 달성하셨는데요.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연구팀의 일하는 방식이 궁금합니다.
[이원규(KRISS)]
광시계 개발을 위해서는 팀원들 각자의 분야(이터븀 1·2·3호, 광주파수빗, 클락레이저 등)가 있고 여러 가지 실험이 진행되는데요. 분야는 다르지만 실험적 난관이 발생하거나 일손이 부족한 경우 자연스럽게 서로 돕고 있습니다. 각 분야의 진척 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매주 랩미팅을 하고 팀의 목표를 공유하며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러한 노력들이 각자의 자발적 동기부여와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박창용(KRISS)]
팀원들 모두 자발적이고 헌신적으로 맡은 역할을 책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팀원들이 서로를 믿는다고 해야 할까요? 한명이 맡은 일에 문제가 발생하면 모두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그 일을 맡은 팀원을 비난하는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우리 팀만의 일하는 방식은 ‘팀원 간 서로의 일을 조금씩이라도 알고 있기’입니다. 개인의 사정으로 결원이 생겼을 때 누군가가 그 일을 대신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죠.
[김휘동(KRISS)]
이터븀 광시계 시스템은 규모가 상당한 실험 장치로 혼자서 개발이 불가능합니다. 시계 구성 요소에 따라 역할분담이 필요하기 때문에 팀원 5명의 역할을 적절히 나누어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또한, 이 연구는 저희 팀만이 아니라 그룹 내 다른 팀, 그리고 국내 다른 연구기관 및 해외 연구기관들과의 협업도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국제 광시계 비교 연구의 경우 매달 온라인 미팅을 통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구과정의 시행착오를 공유하고 문제해결 방안 논의
Q. 안녕하세요. 한국재료연구원 정호상 박사님 연구팀에서 진행하는 연구 소개 부탁드립니다.
[KIMS]
저희 연구팀은 분자의 광학신호를 증폭할 수 있는 플라즈모닉 나노소재를 합성하고, 패턴을 분석하여 현장검출 혹은 질병진단에 활용합니다. 최근에는 표면증강라만 산란1) SERS 센서를 개발했고, 이를 기반으로 전립선암, 췌장암 환자를 구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센서에 소변을 용적하고 빛을 조사하면 암 대사체 신호가 센서 표면에 증폭되어 암을 진단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외에도 마약이나 농약 검출, 유전자, 단백질, 바이러스, 박테리아 등 질병 관련 타겟들도 검출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1) 금속 표면위에 특정 분자를 붙였을 때 증폭되는 라만산란으로 분자의 특성을 분석할 수 있는 기술
Q. 피를 뽑지 않고도 소변으로 암을 식별하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셨는데요.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연구팀의 일하는 방식이 궁금합니다.
[정호상(KIMS)]
저희 팀은 저와 포닥 2명, 학생연구원 6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연구책임자인 제가 큰 방향은 정하지만, 문제해결 과정에서는 실험과 연구를 수행하는 학생연구원과 포닥 박사님의 의견을 존중합니다. 연구원들이 프로젝트 책임자라는 생각으로 연구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연구는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서로의 어려운 점을 공유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내’것만이 아닌 ‘우리’의 것이라는 공동의 가치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은혜(KIMS)]
팀에서 ‘하나의 연구 주제를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해봐야 한다.’라는 방향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어, 공정 최적화부터 실제 응용연구까지 한 사람이 진행할 수 있게 일을 배분하고 있습니다. 연사용하는 소재가 달라서 각자 많은 시행착오가 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논문을 통해 해결방법을 찾고 거의 매일 아침 팀 전체가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보티낫린(KIMS)]
팀에서 매주 팀미팅을 통해 실험 결과에 대한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현재 처한 어려움이나 문제점을 중심으로 논의합니다.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연구책임자에게 미팅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저희 팀은 대부분의 시간을 실험과 논문 공부를 하는 데 사용하고 있고, 매주 금요일 팀 미팅에서는 학생들이 공부한 내용을 발표하고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탁월성을 발휘하는 팀의 조건, 협업에 열린 마음과 소통
Q. 지금까지 여러 연구 프로젝트를 경험하셨을 텐데요. 성공적인 R&D팀이 되기 위해 중요한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원규(KRISS)]
수많은 어려움에도 저희가 성공적인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장기적 연구지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초기에는 논문이 나올 수 없는 연구였기 때문에 인사평가에서의 불이익이 심한 때도 있었으나, 기관 미션과 깊은 연결성이 있었기 때문에 연구 프로젝트 자체는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어려웠을 때 팀원들이 팀을 떠나지 않은 동력은 자율적인 동기부여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박창용(KRISS)]
인사고과, 성과급여, 논문 저자 등은 언제나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잘 나가던 팀이 수십억의 기술료를 받은 후 나누는 과정에 불화가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죠. 팀원들이 아무리 창의적이고 똑똑하다 해도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 한다면 불화가 생길 것입니다. 우리 팀에는 좋은 것은 서로 양보하고 힘든 것은 자신이 떠안으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요. 이점이 오랫동안 우리 팀이 ‘ONE TEAM’이 되어 좋은 성과를 낸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휘동(KRISS)]
가장 중요한 것은 협업을 위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연구자는 박사학위 소지자로서 개개인의 에고ego가 상당합니다. 연구 규모 상 모든 일을 혼자서 다 처리할 수 없어요. 적절한 역할분담과 각자 업무에 대한 존중과 함께 주기적인 결과 공유와 논의가 필요 합니다. 팀원 서로를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자세는 협업을 위한 열린 마음을 극대화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중요하죠.
Q. 협업을 위한 팀 전체의 분위기 조성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R&D팀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 연구책임자, 참여연구원 각자가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정호상(KIMS)]
참여연구원에게는 동기부여가 매우 중요합니다. 내가 왜 이런 연구를 하고 있고, 왜 중요한지 인식하며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익숙하지 않은 일도 해내야 할 때가 있죠. 그것이 향후 나의 경험과 지식 확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 혹은 새롭게 전문성을 키워보겠다는 의지, 금전적인 보상을 위해서라도 해보겠다는 의지를 지녔으면 합니다.
[고은혜(KIMS)]
연구책임자에게 필요한 자질은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연구책임자에게 의견을 제시하는 게 저는 쉽지 않았거든요. 나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내 의견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야기하는 것을 망설이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럴 때 연구책임자가 먼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봐주면 작은 의견이라도 얘기할 수 있었어요.
[보팃낫린(KIMS)]
연구책임자는 주요 프로젝트든 소규모 프로젝트든 참여연구원에게 연구 목표에 관해 설명하고 논의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참여연구원이 갖는 고충이나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수한 성과를 낸 R&D팀의 일하는 방식과 소통 노하우, 재밌게 보셨나요? 인터뷰 전문이 궁금하시다면? R&D HRD Research&Field 3호 ‘R&D팀, 함께 성장하는 연구공동체’를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