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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33. May 2023

경력개발 인터뷰

일과 육아 다 잘할 필요없다
우선순위에 집중!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황윤영 센터장
(yyhwang@kisti.re.kr)


경력복귀 후 300억 프로젝트 이끄는 센터장이 되기까지

WISET의 ‘2022년도 여성과학기술인력 활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과학기술 연구개발기관의 여성 과제책임자 비율은 11.9%, 남성 90.9%로 나타났습니다. 한정된 시간 안에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리더의 역할까지 담당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일 텐데요. 끊임없는 도전으로 경력단절 시기를 극복하고 무기체계 CBM+ 특화연구센터의 연구과제를 이끌고 계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황윤영 센터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박사님, 안녕하세요. 지금까지의 경력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근무하고 있는 황윤영입니다. 컴퓨터공학 전공 이후 고품질의 데이터를 생산하는 연구를 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연구 분야를 공공데이터에서 국방 분야로 확장해서 데이터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황윤영 센터장

Q. KISTI에 입사하기까지, 그리고 이후의 경력경로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교수가 되고 싶어서 박사 이후 해외 포닥을 준비하다가 출산으로 못가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우리엄마 박사인데 집에서 논다.” 라고 하는 거에요. ‘이렇게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박사후 과정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과정 중에 WISET ‘여성 경력복귀 지원사업’으로 KISTI에 입사하게 되었어요. 여성 경력복귀 지원 사업 종료 후 KISTI에 재입사했고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10개 기관이 참여하는 300억 프로젝트를 이끄는 비결?

Q. 올해 3월, KISTI에서 무기체계 CBM+ 특화연구센터를 개소했고 센터장으로 부임하셨는데요. 어떤 업무를 추진하고 계신가요?

말이 어렵죠? CPM+ 는 Condition Baseed Maintenance Plus의 약자로 상태를 기반으로 정비한다는 의미입니다. 자동차를 구매하면 매뉴얼에서 운행거리에 따른 엔진오일 교환주기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 주기는 운전자 습관이나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무기체계 역시 상황에 따라 교환시기가 달라질 수 있는데, 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부품의 적절한 정비시점과 고장시기를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는 연구센터의 총괄 책임자를 맡아 과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무기체계 CBM+ 특화연구센터 개소식(출처:KISTI 홈페이지)


Q. 본 과제에 KISTI를 중심으로 10개 기관에서 참여한다고 들었습니다.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협업하기 위한 센터장님만의 노하우는 무엇인가요?

KISTI를 포함하여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총 10개 기관이 참여하여 6년 동안 연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데이터와 국방, 접점이 없어 보이는 분야의 사람들이 같이 일하는 게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어요. 2년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계속 이야기하고 스터디를 하며 협업했죠. 저는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계속 공부해요. 국방부 용어 사전을 손에 들고 다니고 한글논문은 거의 다 읽었구요. 어느 정도 이해가 된 이후에는 전문가 분들께 계속 물어보며 배웠습니다. 서로의 분야를 이해하는 데 역량을 쏟아 붓고,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게 신뢰가 쌓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Q. 특별히 네트워킹과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공부하려면 논문을 읽고 중요한 것을 머릿속에 정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요. 그 분야 전문가와 만나서 이야기하면 정리된 걸 그대로 얘기해 주시니까 시간이 엄청 절약되죠 내가 모든 걸 잘하지 않더라도 같이 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어요. 이번 과제를 준비하면서 12개 무기의 연구계획을 하나의 제안서에 담아야 했는데요. 참여기관에서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달랐어요. 두 달 간 자료를 작성하고, 솔직하게 이해 안되는 부분을 말하면서 조율하고, 130페이지 자료를 만들었죠. 그렇게 300억의 과제를 수주할 수 있었습니다.

일과 육아, 다 잘할 필요 없어요. 우선순위에 집중하세요.

Q. 육아를 시작하기 전과 후, 삶의 태도나 일하는 방식에 특별한 변화가 있었나요?

여유로운 성격이었는데 계획적으로 바뀌었어요. 출산이나 육아를 시작하기 전에는 오로지 다 저를 위해서 쓰는 시간이잖아요. 육아를 하면서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되는 일들이 너무 많아지는 거예요. 치열해졌어요. 매 순간 엄마 혹은 직장인의 역할을 할지 고민해야 하고, 한정된 시간을 쪼개서 쓸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시간을 엄청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죠. 계획을 세우고 스케줄대로 관리해요. 또 어떤 일이든 마감일을 철저히 챙기게 된 것 같아요.

Q. 육아와 일,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노하우는 무엇인가요?

단순해요. 못하는 일에 시간 쓰지 않아요. 제가 요리를 못하거든요. 그래서 그냥 아이들에게 맛있는 걸 사줘요. 또 일을 꼼꼼히 챙기다보면 아이들 준비물을 챙기거나 이런 걸 놓칠 때가 있어요. 그럼 아이들에게 선언하죠. 이건 엄마가 해줄 수 없으니 스스로 챙겨라. 못하는 일에 별로 애쓰지 않아요. 육아와 일 모든 걸 다 잘 하려고 스트레스 받기 보다는 잘 할 수 있는 역할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Q.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꼭 필요한 변화를 제안해주신다면요?

‘가정돌봄 휴직’을 고등학교 때까지 연장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육아휴직 제도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까지만 사용할 수 있는데요. 경험해보니 고등학교까지 아이에게 손이 가장 많이 가는 시기는 따로 없는 것 같아요. 육아는 늘 ‘지금’이 가장 힘들어요. 또 제가 나이가 이제 40대 중반이 넘어가니까 부모님들이 건강이 예전 같지 않아요. 부모님까지 신경 쓰기 위해 육아휴직이 가족돌봄 휴직으로 확대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요. 미혼이거나 아이가 없는 분도 사용할 수 있는 제도로 확대 운영했으면 좋겠어요.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새로운 일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Q. 가장 중요한 리더의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솔직함과 진정성입니다. 리더는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같이 가는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기업, 기관과 사람들을 하나의 연구과제 목표 아래 묶다보니 말 한마디, 의사결정 한 번에 따라 화합이 깨질 수도 있는 상황인데요. 일단 제가 먼저 공부하고 공유하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어요.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제가 손해를 보더라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두면 서로 조금씩 조정할 여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프로젝트의 12개 과제 중 단 한 과제도 실패하지 않고 성공하게끔 하는 게 최종목표이고, 목표를 향해 다 같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향후 전문가로 성장해나가고 싶은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새로운 일을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요. 본인의 한계는 해보기 전까지는 본인도 몰라요. 국방 용어가 생소하기만 했던 제가 연구과제를 총괄하기까지, 두려워했으면 어떤 것도 시작하지 못했을거에요. 경력단절도 극복할 수 없었을거고요. ‘손해보는 게 아닐까?’ 망설이기 보다는 일단 해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그게 장기적으로 내 커리어에 손해가 될지 아닐지는 직접 경험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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