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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36 · August 2023

경력개발 인터뷰

독립된 연구자의 시작,
박사후연구원

정회빈 선임, 전동진 부연구위원, 한요셉 책임


박사후연구원과정 후 정출연에 취업한
연구자 3인의 인생곡선

‘고생 끝에 낙이 진짜 올까?’ 이공계 석박사,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거쳐 정출연에 근무 중인 박사님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박사후연구원, 고생도 고민도 많았던 이 시간을 통해 독립된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요. 인생 최대 하락기에 연구재능을 발견한 썰부터 영어 못하는데 무작정 미국으로 떠난 해외포닥 적응기까지. 정회빈 선임(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전동진 부연구위원(한국환경연구원), 한요셉 책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 3인의 눈물젖은 인생곡선을 들여다 봅니다.




고생 끝에 낙이 진짜 올까? 인생곡선으로 보는 박사후연구원 [경력고민상담소 EP.1-1]

어쩔 수 없이 시작한 박사후연구원, 강점과 재능을 발견한 시간

Q. 안녕하세요, 정회빈 박사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 근무하고 있는 정회빈이라고 합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다양한 분석 장비들로 산학연 연구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제가 근무 중인 서울센터는 수도권 내에 있는 기업이나 대학들의 연구를 지원하고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생명과학을 전공하셨는데, 석박사 과정 생활은 어떠셨나요?

저는 POSTECH에서 석박통합과정으로 생명과학을 전공했습니다. 학위 과정을 시작할 때는 취업이냐 학업이냐 고민을 오래 한 뒤에 마음을 잡고 간 거라서 잘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컸어요. 생명과학 전공을 정말 좋아했고, 연구만 하며 먹고 살아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공부하는 내 삶이 뿌듯했고요. 그냥 대학원 생활 자체가 재밌었던 것 같아요.



Q. 인생곡선을 보니 박사 졸업 후 인생 최대 하락기를 맞이하셨는데요. 당시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석박사통합과정 3년차쯤 되었을 때 연구결과가 나오지는 않고 쳇바퀴 도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논문이 나와야 졸업을 할 수가 있는데 나올 기미는 안보이고 다시 처음부터 해야 되나, 돌아가기엔 이미 많이 와버린 거 아닐까 이런 생각에 자신감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논문을 내고 졸업은 했지만 이 성과가 내가 낸 게 아니고 교수님 앞에서 춤만 췄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졸업 후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고민이 되었고, 다른 직업을 찾아보려고 어쩔 수 없이 포닥을 가게 되었죠.

Q. 현실도피로 선택한 박사후연구원 과정이었지만, 연구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셨다고요.

일단 밥벌이를 하면서 취업을 준비하자는 생각으로 출연(연)에서 포닥을 시작했어요. 거기서 사람들이랑 으쌰으쌰 연구하다 보니까 성과가 나오는 거예요. 작은 논문이지만 교수님의 도움 없이 저 혼자만의 힘으로 논문을 쓰게 됐고, 그 과정에서 저의 강점과 재능을 깨닫게 됐어요. 굉장히 자랑스러웠고 연구를 계속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죠. 한국생명과학연구원에서 두 번째 박사후연구원을 시작하고 공부하다가, 작년 말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이곳에서 생명과학자로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어요.

무작정 도전한 해외포닥, 어디서든 연구할 수 있다는 자신감 축적

Q. 안녕하세요, 전동진 박사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환경연구원에 근무 중인 전동진입니다. 한국환경연구원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연구원으로 저는 이곳에서 물 관련 정책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환경공학, 수질모델링 박사 후 국내대학, 미국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거쳐 현재 연구원에 입사했습니다.

Q. 환경모델링은 생소한 분야인데, 학위과정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학부 4학년 때 미생물 연구를 하고 싶어서 연구소 인턴을 병행하면서 실험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6개월 정도 했는데 지도박사님이 부르시더니 "너는 실험적인 재능은 좀 부족하니 굳이 공부를 계속 하고 싶다면 다른 길을 알아봐라. 데이터 분석에는 소질이 있는 것 같다."고 조언해 주셨어요. 찾아봤더니 환경도 모델링이라는 분야가 있더라고요. 몇 만 평의 지역을 대상으로 실험을 할 수는 없으니, 모델을 구축하고 수질 개선을 예측하는 연구분야입니다. 실험을 하지 않고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데이터분석과 모델링에 관심이 생겨서 석사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Q. 우연히 선택한 학위 전공에 매력을 느껴 해외포닥까지 다녀오셨는데요. 외국에 처음 나가실 때 두렵진 않으셨나요?

박사 졸업 이후 학교에서 1년 연장해서 포닥과정을 하고 교수님께서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셨어요. 미국 USDA-ARS(Agricultural Research Service)라는 미국 농무성 산하 연구기관이었죠. 처음에는 안 나가려고 했어요. 영어를 잘 못하는데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거든요. 그래도 경험해보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무작정 도전했는데 정말 좋은 선택이었어요. 근무시간 중에 연구에 집중하고 퇴근 후에는 아내와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요. 연구로 내 능력만 잘 발휘하면 어디서든 적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Q. 이공계 박사 후, R&D연구소가 아닌 정책연구원에 입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미국에서 연구한지 6개월 정도 됐을 때 제 전공에 정말 딱 맞는 한국환경연구원 채용공고를 발견하게 됐어요. 고민하다가 지원 후 합격해서 1년 간의 포닥생활을 정리하고 기관에 입사하게 되었죠. 처음에는 내가 정책연구를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일을 하다 보니 이공계 전문성이 꼭 필요한 분야더라고요. 특히, 환경모델링은 직접적으로 정책에 연계 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연구과제를 통해 도출한 법이나 규정개정 결과물이 실제로 반영 되었을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연구 수행의 자유도가 높고 이공계 전공을 살려 전문성을 가지고 연구를 할 수 있어서 만족하고 있어요.

6년 간의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통해 독립된 연구자로 한 단계 성장

Q. 안녕하세요, 한요셉 박사님. 현재까지 경력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요셉 책임연구원입니다. 학부 때 환경공학을 전공한 후, 자원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어요. 이후 국내·해외대학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6년 간 거쳤고 조금 늦은 나이인 40세에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자원회수연구센터에서 전통적인 광물자원부터 폐자원의 유용성분을 효과적으로 회수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Q. 6년이 넘는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거쳐 출연(연)에 입사한 비결은 무엇인가요

2013년부터 포닥을 시작했는데 제 전공분야가 특이해서 채용공고가 잘 나지 않았어요. 사람도 안 뽑고 너무 힘들어서 해외포닥까지 다녀왔는데, 다시 들어와도 공고가 없는거에요. 힘들었지만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신념으로 오로지 실적을 쌓으면서 극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논문과 실적으로 승부를 봤어요. 연구원에 입사할 당시, 논문실적이 60개 정도였고, 센터에서 10년 만에 나온 채용 기회를 잡을 수 있었죠. 박사후연구원과정은 제가 연구자로서 크게 성장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기억에 남는 성과는 무엇인가요?

특별한 성과 보다는 연구를 하는 매 순간이 기억에 남고 보람 있습니다. 예전에는 페플라스틱 연구를 발표하면 쓰레기를 왜 연구하냐는 반응이 있었어요. 최근에는 탄소중립이 중요해지면서 폐자원 분리선별 분야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요. 연구주제로 대전 전체 공론회에서 기조 발제를 하고 초등학교와 UST에서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맡은 과제가 좋은 결과를 내서 ‘신진연구자’상을 받기도 했고요. 오랜 시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공부했던 경험이 연구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우여곡절 끝에 연구자의 꿈을 이룬 박사님들의 인생곡선, 재밌게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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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출연 취업 성공 비결은 박사후연구원이다? | 경험 토크 [경력고민상담소 E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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