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23 · June 2022
2030년 무인주행 자동차가 서울 한복판을 달리고 있다. 달리던 무인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고장났고, 앞에는 양갈래 길이 있다. 왼쪽 길은 유모차를 포함한 여러 명이 걷고 있으며 오른쪽 길에는 건장한 남자가 이어폰을 꽂고 뛰고 있다. 무인주행 자동차는 어떤 길을 선택하게 될까?
트롤리 딜레마(trolley deilemma)로 불리는 이 상황은 최근 인공지능 윤리문제로 토의되고 있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윤리학(embedded ethics)이 정립될만큼 인공지능이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있다. 그런데 다양성과 인공지능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우선 인공지능의 재료인 데이터는 주로 사람들이 생성한 것이며, 데이터에는 일정부분 편향(bias)이 반영되어 있다. 오래된 사례지만 아마존에서 인공지능 기반 채용 프로그램이 여성을 차별한 사건이 있었다. 이는 인공지능이 학습한 데이터가 여성 편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객관적이라 믿는 인공지능도 알고 보면 편향에 매우 취약한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얼만큼 편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다양성이 조직내 갈등으로 이어지는데 편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랫동안 다양성 분야에서는 성별 및 인종이 대표적 관심사였다. 두 가지 주제는 표면적 다양성(surface-level diversity) 요소로 손쉽게 인지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반면, 가치관, 종교 등은 심층적 다양성(deep-level diversity)으로 분류되어 다른 사람이 쉽게 알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성별과 인종에 대한 차별, 편향에 반한 싸움이 오래되었고 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법률적, 사회적 방안이 제안되고 실행되었다. 대표적으로 “차별금지법”은 특정 소수자 집단에 대한 차별을 막기 위한 법이다. 표면화된 다양성은 이처럼 해결 방안도 명료하게 인식될 수 있다.
반면, 심층적 다양성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단순히 법률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특징도 있다. 왜냐하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특정 종교를 지지한다는 행위 자체가 ‘맞고 틀린’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르다는’ 것뿐이다. 그러므로 서로 간에 이해하고 포용해서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면 조직 구성원으로서, 혹은 인사부서 담당자로서 포용성을 높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본고에서는 다양성에 대한 이해, 데이터 기반 다양성 관리 방안, 포용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 순으로 이야기 나눠보고자 한다.
우선, 왜 우리는 이토록 ‘다른’ 특성을 가지게 되었을까? 여러 답이 있겠지만, 진화론 관점을 빌려온다면 각자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응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특성을 가지게끔 변해왔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다른 특징을 가진 사람(혹은 무리)에게는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불편한 감정을 느끼도록 진화되었다. 그러므로 다른 특성(성별, 인종, 종교 등)을 가진 사람과의 협업은 늘 어렵고 불편한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렇다면 이토록 어려운 다양성 관리가 조직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까? Ely & Thomas(2001)는 조직내 다양성이 3단계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한다. 첫번째는 성별, 인종 등 다양성 요소에 따른 차별 이슈가 해결되는 ‘차별-공정성 관점’ 단계, 두번째는 다양성 요소가 사업 기회를 확장하는데 도움주는 ‘접근-정당성 관점’ 단계, 세번째가 조직 학습 및 창의성을 높여주는 ‘통합-학습 관점’ 이다. 첫번째 단계에서는 채용 및 조직 관리에서 다양성 요소로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대응하는 활동을 뜻하며 대표적으로 채용, 승진 등에 차별적 요소가 존재하는지 살펴보는 활동이 예시다. 이는 조직내 소수(minority) 집단 숫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지를 통해서 관리 가능하며, 블라인드 채용으로 알려진 방식도 1단계 사례로 볼 수 있다. 둘째로, 다양성 요소가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비즈니스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단계로 여성 인력 채용을 통해 여성용 신제품 개발 등에 도움을 받는 사례가 있는데 유통업계에서 여성 채용 비율을 높이는 경우가 예시로 볼 수 있다. 세번째 단계는 다양한 사람이 모여서 새로운 사고 및 기획을 할 수 있는 장점을 갖게 되며 다양성이 조직 성과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단계이기도 하다. 글로벌 회사에서 최고 경영층의 출신 지역, 인종 및 전공을 다양화해서 집단사고에 빠지지 않으려는 노력이 그 사례로 볼 수 있으며 펩시코(PepsiCo) 리더십 팀이 대표적 예시다. 이처럼 다양성이 조직내 도입되기 위해서는 3단계를 거친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사업기회와 창의성에 도움되는 다양성이 최근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열풍을 타고 더욱 관심 받고 있다. 공기업과 사기업에서 ESG를 중요한 관리 지표로 삼고, Social & Governance 측면에서 다양성 이야기가 많이 나오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다양성 요인을 가진 인력 채용이 Social 측면에서 중요해졌고, 이사회 구성에서 여성을 포함해야 한다는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blockrock)1) 요구가 구체적이기 때문에 한국 글로벌 기업 역시 다양성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유럽연합(European Union)에서는 인권(right)을 보호하고 준수한 기업에게만 EU 국가로의 수출 기회를 주기 시작했으므로 조직내 인권과 형평성(equity) 이슈 역시 중요한 주제이다. 최근에는 다양성 & 포용성이 다양성, 형평성, & 포용성 (Diversity, Equity & Inclusion: DEI)으로 영역이 넓어졌다. 더불어, DEI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데이터 기반의 DEI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3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실린 ‘Data-driven Diversity’란 글에서는 지금까지 조직들이 DEI 활동을 위해 결과 수치(outcome metrics)에 집중해왔으나, 실제적으로 다양성을 통한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과정 수치(process metrics)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여성 인력 채용, 여성 사외이사 숫자, 장애인 채용 비율 등은 결과 수치로서 지속가능보고서(responsibility report)에 기재했지만, 이들이 조직내에서 실질적으로 얼마나 포용 되었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관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인 EY(Ernst and Young)는 매년 DEI 진단을 하고 결과와 과정 수치를 모두 관리하고 있으며, 매년 개선정도를 리더십 평가에 연동했다. 데이터를 통한 관리와 구성원들이 느끼는 포용감이 최근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구성원들이 어떻게 하면 포용감을 느낄 수 있을까? 많은 글로벌 기업에서 채택하고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가령, 일하는 여성 직장인을 위한 네트워크(professional women’s network), 출신 지역별 모임(asian network) 등이 있다. 국내 사례로는 롯데가 여성 리더를 위한 모임과 포럼(way of women:wow forum)을 만들어서 여성간 공감대 장을 마련했고, 다양한 친여성 제도를 만든 바 있다 (이중학 외, 2018). 네트워크 참여로 다양성 요소를 가진 구성원들은 조직 일원임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네트워크를 널리 홍보함으로써 전 구성원들에게 다양성 이해를 높이는 기회로도 활용할 수 있다.
둘째, 포용성을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EY는 D&I tracker란 진단을 매년 실시하며 다양성과 포용성 모두 전년 비교해서 진척도를 확인한다. 포용성(inclusiveness)은 임금 차이, 디지털 접근성, 집단별 만족도 차이 등을 살펴보며 다양성 요소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가 나는지를 확인한다.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DEI 담당자들은 우리 조직 및 지역내 해결되어야 할 차이를 확인하고 행동할 수 있다. 더불어, 진단으로 포용성을 관리함으로써 리더십 및 구성원들에게 데이터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과 빠르게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진단 활용의 장점이다. 국내 기업에서 진행한 한 연구에 따르면 포용성과 조직내 혁신 성과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련성이 있음이 밝혀졌는데(Lee et al., 2021), 이처럼 다양성과 포용성이 조직성과에 기여할 수 있음을 진단으로 밝힐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셋째, 인사부서 주도로 포용성을 높이기 위한 워크샵과 개발활동이 가능하다. 우선 채용 공고에서 특정한 집단에게 유리할 수 있는 단어(words)나 표현을 확인해야 한다. 가령, 필요한 역량 및 스킬에 공격적(aggressive), 도전적인(challenge myself) 등 남성 편향적 표현이 들어간 경우에 여성지원자가 불리함을 무의식적으로 느낄 수 있고, 이는 면접 장면까지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채용공고부터 포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중립적 표현과 단어를 써야 한다. 그리고 채용에서 활용하는 도구(예. 인·적성검사, 인터뷰)가 다양성 요소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는지도 고려해봐야 한다. 최근 한 국내연구에 따르면 인터뷰를 통한 채용이 여성들에게 불리하게 활용되고 있음이 통계적으로 검증한 바 있다(어승수 외, 2022). 이처럼 채용에서 활용하는 도구 선택에서도 포용성을 함께 고려할 수 있다.
다음으로 리더 및 구성원들에게 다양성에 대한 기본 이해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다른’ 특성에 공감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조직내 포용성을 해칠 수 있는 상황을 목격했을 때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부터 실천 전략까지 시뮬레이션으로 가르쳐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다양성 요소를 가진 사람이 더욱 잘할 수 있는 강점을 살려서 직무를 부여할 수 있는데 가령, ADHD(주의력 결핍 과다행동) 진단을 받은 사람들은 일반인 평균보다 높은 에너지 수준과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창의력이 높을 수 있다. 이처럼 다양성으로 가질 수 있는 강점을 잘 활용하면 조직에도 더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얼마전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에서 발표한 유리천장지수(glass ceiling index)에서 우리나라가 OECD 29개국 중 7년 연속으로 꼴찌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에서는 우리나라가 조금씩 개선을 보이고 있음도 밝히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DEI 관리 활동은 초기 단계지만 최근 ESG 열풍과 국내 기업들의 관심도를 살펴봤을 때 빠르게 진척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성 요소를 조직내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데이터로 관리하며 포용성을 높이는 일에서 과학기술인들께서 앞장서주시길 바라며 본 고를 마친다.
1. 어승수, 이중학, 김영상. (2022). 간접차별의 국내 채용 맥락에서의 검증. 조직과 인사관리연구, 46(1), 83-103.
2. 이중학, 강경용, 성상현 (2018). 롯데의 여성친화조직 전환 노력: Ely & Thomas의 틀을 적용한 사례 분석. Korea Business Review, 22(2), 53-69.
3. Lee, J., Kim, S., & Kim, Y. (2020). Diversity climate on turnover intentions: A sequential mediating effect of personal diversity value and affective commitment. Personnel Review, 50(5), 1397-1408.
4. Thomas, D.A., & Ely, R.J. (1996). Making differences matter: A new paradigm for managing diversity. Harvard Business Review. 74, 79-90.
5. https://www.economist.com/graphic-detail/glass-ceiling-ind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