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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19 · February 2022

Science News

1월의 과학뉴스 리뷰

글_조선일보 이영완 기자

국내

과학 논란에 휩싸인 ‘모다모다’ 샴푸

지난 1월 국내에서는 샴푸를 두고 과학 논란이 발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월 26일 머리만 감아도 염색이 되는 ‘모다모다’ 샴푸의 핵심 원료인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THB)’를 화장품 사용금지 원료로 지정하는 개정절차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모다모다 샴푸를 개발한 이해신 KAIST 화학과 교수는 다음날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시험기관에 의뢰한 3개의 독성 관련 연구가 마무리될 때까지 식약처는 판단을 미루는 것이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모다모다는 염색약을 바르지 않고도 샴푸로 머리를 감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염색이 되는 샴푸다. 이해신 교수가 사과가 공기 중에 오래 노출되면 갈색으로 변하는 원리를 이용해 개발했다. 이 교수는 식약처가 근거로 삼은 유럽연합(EU)의 보고서가 샴푸가 아닌 모발 염색제에 대한 것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샴푸는 염색제보다 훨씬 적은 양을 쓰고 사용시간도 짧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샴푸 사용자 중에 피부 부작용을 호소한 사람들도 있어 논란이 계속됐다.

국내

코로나19 관련 연구성과

코로나19 관련 연구들도 주목을 받았다. 오병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진은 2월 4일 “오미크론을 포함해 현재 유행 중인 모든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에 뛰어난 효과를 나타내는 중화(中和)항체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항체 전문 학술지인 ‘단클론항체(mAbs)’에 실렸다.
연구진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에서 돌연변이가 생기지 않는 부분에 강력하게 결합하는 항체를 컴퓨터로 설계했다. 이 설계도대로 햄스터 난소세포에서 항체를 생산했다. 이렇게 개발한 항체는 원숭이 신장세포로 진행한 실험에서 오미크론을 포함해 모든 변이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이전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유발한 코로나 바이러스(SARS-CoV-1)와 천산갑에 감염되는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효과를 보였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체재료연구센터 이관희·김호준·박성욱 박사 연구진은 1월 26일 “변이에 상관없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현장에서 30분 안에 PCR 수준의 감도로 검출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나노 레터스’에 실렸다.
PCR 검사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정 유전자를 증폭해 찾는 방식이다. 만약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진단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연구진은 바이러스의 스파이크와 결합하는 인체 ACE2 수용체 단백질을 이용했다. 스파이크에 변이가 생긴 바이러스라도 인체에 침투하려면 반드시 ACE2와 결합해야 한다. 즉 진단키트에 미리 ACE2 단백질을 심어두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결합할 때 나오는 전기신호를 센서로 포착해 감염 여부를 알아낸 것이다.

KIST 안전증강융합연구단의 이택진 박사는 1월 23일 “휴대폰에서 나오는 전파의 특성만으로 실내에서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을 99.8% 정확도로 찾아내는 ‘디지털 접촉자 관리 시스템(Contact Tracing System, CTS)’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개인이 CTS 앱(응용프로그램)을 내려받으면 휴대폰이 실내 곳곳에 설치된 무선 송신기인 비컨과 전파 신호를 주고받는다. 전파 신호는 공간에 따라 마치 지문(指紋)처럼 서로 다른 형태를 보인다.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은 이 전파 지문이 비슷하게 나와 구별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모의 확진자가 KIST 건물 내부를 돌아다니는 실험에서 실제 접촉자의 99.8%를 찾아내는 성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국내

에너지 분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강은철 박사 연구진은 1월 24일 “하나의 방음벽에 흡음과 차음, 전기·열 생산을 동시에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방음벽에 붙인 태양광 패널이 전기를 생산하고 내부에 흐르는 공기는 햇빛을 받아 뜨거워진 벽의 열을 흡수해 공중화장실, 휴게실, 흡연실 등 공공장소에 난방, 온수 예열로 활용할 수 있다. 공기를 통한 열 회수는 태양광 발전효율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해외

돼지 심장, 사람에 첫 이식


ⓒ https://www.medschool.umaryland.edu/news/umsom-xenotransplant-resources-for-the-media

해외에서는 세계 최초로 돼지의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성공했다.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 연구진은 1월 10일 “말기 심장병 환자인 57세 남성 데이비드 베넷이 면역 거부반응이 없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돼지 심장을 이식받고 사흘째 회복 중”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수술받은 지 3일 지난 현재 베넷은 심장 박동과 혈압이 정상”이라며 “이번 수술로 유전자를 변형한 동물의 심장이 급성 거부반응 없이 사람 심장처럼 기능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베넷에게 이식한 돼지 심장은 미국 바이오 기업 리비비코어가 제공했다. 이 회사는 돼지에게 유전자 교정과 복제라는 두 가지 생명공학 기술을 적용했다. 먼저 유전자 가위(DNA에서 원하는 부위를 잘라내는 효소)로 면역 거부반응을 유도하는 유전자 3개가 작동하지 못하게 했다. 인체의 면역 체계에 순응하도록 돕는 인간 유전자 6개는 추가하고 이식한 심장이 더 자라지 못하도록, 성장 유전자 하나는 기능을 차단했다. 이렇게 유전자를 교정한 세포를 복제해 이식용 장기를 공급할 돼지 수를 늘렸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장기 이식 대기자는 현재 약 11만 명이며 매년 6000명 이상이 이식 수술을 못 받고 숨진다. 과학자들은 동물 장기 이식, 특히 미니 돼지를 최적의 대안으로 꼽는다. 미니 돼지는 다 자라도 일반 돼지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몸무게는 60㎏으로 사람과 비슷하고 심장 크기도 사람 심장의 94% 정도다. 해부학적 구조도 흡사하다. 새끼도 많이 낳아 장기 대량 공급에 유리하다.

해외

항공우주 분야


ⓒ 연합뉴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한 달 만인 1월 25일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최종 목적지 라그랑주 L2에 안착했다. 제임스 웹은 라그랑주 L2 지점에서 탑재 장비를 가동하고 5개월 동안 시험할 예정이다. 이르면 오는 6월쯤 첫 관측이 시작될 수 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1월 5일 테니스장 크기의 차양막을 펼치는 데 성공했다. 이어 8일 좌우 날개의 거울이 펼쳐지면서 웹의 주반사거울은 최종적으로 6.5m 폭의 표면을 완성했다.
라그랑주 L2는 우주 관측에 최적인 지점이다. 이곳은 태양·지구가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중력)과 물체가 태양 주위를 돌면서 밖으로 벗어나려는 힘(원심력)이 서로 상쇄돼 중력이 미치지 않는다. 힘이 균형을 이뤄 빛의 왜곡이 없다. 특히 태양이 항상 지구 뒤에 가려져 햇빛의 방해도 받지 않는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금빛 반사 거울 18개로 빛의 영역 중 적외선을 포착한다. 선배인 허블 우주망원경은 주로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을 감지한다. 가시광선은 별이 탄생되는 우주 먼지와 구름 지역을 통과하기 어렵지만, 파장이 긴 적외선은 이를 통과할 수 있다. 그만큼 제임스 웹은 초기 우주에서 탄생한 별에서 나온 빛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인공지능(AI) 로봇 개,
애니말(ANYmal)


ⓒ ETH Zurich, Robotic Systems Lab

지구에서는 인공지능(AI) 로봇 개가 주목을 받았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의 마르코 후터 교수 연구진은 1월 19일 “AI의 심층 강화 학습 알고리즘을 이용해 사족(四足) 보행 로봇 ‘애니말(ANYmal)’이 해발 1068m 에첼산 정상까지 올라갔다”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밝혔다.
산 정상에 오르는 길은 가파른 계단과 자갈길, 눈밭, 미끄러운 풀밭과 나무뿌리가 드러난 숲 등 다양한 지형으로 이뤄졌다. 애니말은 해발 948m 지점에서 출발해 한 번도 넘어지거나 미끄러지지 않고 31분 만에 정상까지 올라갔다. 이는 일반 등산객보다 4분 빠른 속도이다. 후터 교수는 “로봇은 카메라로 포착한 주변 환경의 시각 정보를 발에 닿는 촉감과 결합해 학습했다”며 “이를 통해 험난한 길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돌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