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19 · February 2022
매년 연말과 연초가 되면, ‘조직이 젊어진다’, ‘세대교체 가속화’ 등이 기사로 떠오르며, 新세대가 이끄는 조직에 대해 다루곤 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 그 기사의 주인공은 ‘X세대’였으나, 최근에는 밀레니얼 세대(1980~1995년생)가 조직을 이끌어갈 리더로 새로이 부상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이하 KIRD)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인 젊은 인재를 과감하게 보임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본부장을 비롯해 사업을 이끌어갈 주요 부서의 실장을 밀레니얼 세대로 내세워 혁신과 변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함이다. 올해는 마켓컬리, 위메프, 무신사, 토스와 같은 스타트업 대표는 물론이고, 재계 주요 그룹에서도 밀레니얼 세대가 임원으로 발탁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분위기 변화와 함께 새로운 산업의 재편 속에 리더들의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980년 초반부터 1990년 중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들은 현대사회의 산업화와 근대화가 급속히 진행되었던 시기에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며 핵가족화 된 가정에서 자라며, 합리적이고 평등주의적인 성 역할 태도 및 개인주의적 가치관을 지니면서 개성을 중시하는 세대로 성장하였다. 밀레니얼 세대의 시작을 연 1980년생은 2008년 전후로 사회에 진출하여 어느덧 입사 15년 차까지 도달하며 조직의 중추로 자리잡았다. 불과 10년 전 선배들을 당황시킨 新인류가 이제 갓 리더의 자리에 오르며, 많은 기업이나 기관에서 파트장부터 실장, 본부장까지 중간관리자로서 직책을 맡게 된 것이다.
밀레니얼 팀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코로나19 등 급변하는 사회문화 분위기 속에서 젊은 감각과 패기로 조직이 당면한 주요 이슈를 해결해주리라 기대를 받으며 보임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위로는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 아래로는 Z세대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 소통과 조직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하곤 한다.
밀레니얼 팀장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보고 배워온 베이비부머, X세대의 특성과 앞으로 육성해야 할 Z세대의 특성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팀장들은 입사 초에는 베이비부머 또는 X세대 리더 밑에서 일을 배우며 그들이 만든 조직문화 속에서 지내왔다. 하지만, 팀원으로 이끌어야 하는 Z세대(Generation Z)는 이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특성을 지닌 사람들이다. 리더십의 첫걸음은 상대에 대한 이해라는 점을 생각하며 조직에 공존하는 다양한 세대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표1>은 한국행정연구원에서 발간한cv ‘공직 내 세대변화에 대응한 인적지원관리 방안’ 중 세대별 특성과 가치지향에 대해 정리한 내용이다.
먼저 베이비붐 세대들은 성공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강한 책임감과 위계질서에 익숙하다. 제조업 중심의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본인들의 손으로 일군 풍요를 경험하며 자수성가한 사람이 많은 특성을 지닌다. 조직에서는 오랫동안 상급자의 위치에 있었으나 향후 10년 동안 정년퇴직을 앞둔 세대이기도 하다. X세대는 1970년~1980년에 태어난 집단을 명칭하며, 우리나라에서는 6월 민주화 항쟁과 문민정부 시대를 경험하며 정치적으로 민주화된 시기에 성장하였고, 88 서울올림픽을 경험한 산업화의 수혜세대로서 물질적, 경제적 풍요 속에 성장하며 자기 주장을 강하게 내세운 집단이다. 최근에 등장한 Z세대는 1996년부터 201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초년생이다. 태어날 때부터 모바일과 각종 IT기기를 접한 디지털 네이티브이며 SNS을 통한 비대면 관계를 선호한다. 이들은 주로 X세대의 자녀로서 X세대가 자녀를 키울 때 다양성을 추구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했기 때문에, Z세대 역시 집단보다는 개인주의를 지향한다. 이처럼 각 세대별로 성장하며 마주한 주요 역사적 이슈와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라 일과 삶에 대한 가치관과 소통방식 역시 다른 모습을 보인다.
세대구분 | 사회관계 | 일과 삶의 관계 | 업무 방식 | 성향 | 사회적 특징 |
베이비붐 세대 | 집단 | 일 | 조직적, 수직적 | 이념적 | 낙관주의 민주화운동 |
X 세대 | 개인주의 시작 (집단+개인 공존) |
일과 삶 균형 | 수평적 지향 | 물질주의 경쟁사회 |
개인주의 탄생 |
밀레니얼 세대 | 개인 | 일과 삶 균형 | 협력적 지향 | 세계화 경험주의 |
청년실업 |
Z 세대 | 개인 | 일 자체의 의미 추구 |
개인중심 | 현실주의 윤리중심 |
다양성 중시 |
(출처 : 최순영 외(2020) 공직 내 세대변화에 대응한 인적자원관리 방안)
많은 조직에서 이제 리더가 되기 시작한 밀레니얼 세대는 기존의 권위주의적 리더십 풍토와 개인의 가치관 사이에서 충돌하여 자신만의 리더상을 정립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실무자로서는 뛰어난 성과를 발휘해 기대를 한 몸에 받고 팀장으로 발탁되었으나, 막상 팀장이 되었을 때 관리자로서 요구되는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임원과 실무자 간 사이 원활한 소통에 실패하여 리더십 역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새로운 세대를 이끌어갈 밀레니얼 팀장을 위해 ‘팀장으로서의 역할전환 인식’을 비롯하여 ‘업무관리’측면, ‘상사’ 및 ‘부하직원’과의 소통 관점에서 팁을 전하고자 한다.
스포츠계에서는 ‘명 선수는 명 감독이 될 수 없다’는 속설이 있다.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현역시절 세계를 제패하던 스타플레이어가 감독의 자리에만 가면 기대보다 못 미치는 경우는 무수히 많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실무자로서는 개인의 업무에 집중하여 성과를 내는 것만으로 충분히 맡은 바를 다한 셈이지만, 리더는 다르다. 먼저 조직관점에서의 비전과 전략을 인식하고, 이와 연계하여 우리 부서가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또한 각 팀원의 역량과 역할을 고려하여 업무를 배분해야 한다. 이후에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피드백을 통해 업무가 잘 수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실무자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적시에 개입해야 한다. 이처럼 팀장이 되고부터는 나무보다 숲을 보고 장기적 관점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버드아이뷰(A bird’s eye view)를 지녀야 한다. 또한 관리자로서 본인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빠르게 인식하는 메타인지가 필요하며, 부족한 역량은 빠르게 향상시키거나 다른 방법으로 보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팀장으로의 역할전환은 개인의 노력 뿐 아니라 조직차원에서의 지원도 필요하다. 실제로 매년 보임되는 신임 팀장이 수십명이 넘어가는 대기업의 경우 ‘신임팀장 매뉴얼’을 배포하거나 ‘신임팀장 교육’등을 실시하는 등 신임팀장 소프트랜딩 체계를 구축하기도 한다. KIRD에서도 출연(연) 및 공공연구기관의 보직자가 변화관리, 성과지향, 소통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중간보직자’과정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조직은 교육 및 코칭· 멘토링 등을 통해 우수한 인재가 우수한 리더로 성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뛰어난 인재가 리더가 되었을 때 가장 자주하는 실수는 ‘실무자처럼 일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일을 맡기고 가르치는 데 시간이 걸리니 내가 하는 게 빠르고, 중요한 과제를 꼭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업무에 서툰 부하보다 내가 하는 편이 낫다. 하지만 리더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닌, 일이 ‘되게’ 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더 빠르거나 잘 한다는 이유로 일을 주지 않고 쥐고 있으면, 처음에는 진척이 되는 것처럼 보이나 점점 꼬이게 된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도 한 사람이 전체의 일을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을 시키더라도 팀원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고 작은 일 하나하나에 간섭하고 체크하는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기도 한다. 결국에는 사소한 것까지 체크하는 리더의 의사 결정을 기다리느라, 일정이 지연되기도 하고 중요한 기회를 놓치게 된다. 팀원들은 점점 리더에 의존하게 되어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묵살당하고 팀장만 바라보는 수동적인 모습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반면, 방임형 리더도 있다. 팀원과의 소통이 불편하단 이유로 일이 잘 진척되는 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알아서 잘 할 것 같은 팀원에게만 일을 몰아주어 적절한 업무분배에 실패하기도 하고, 팀원이 현재 봉착한 어려움이 있는지 관심을 두지 않아 조직 내 갈등을 키우게 된다. 최악의 경우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팀원에게 떠넘기고 나 몰라라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일을 잘 시킨다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 팀원의 역량과 역할을 파악한다. 특히 개개인이 가진 강점을 토대로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부여하고, 약점은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 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둘째, 조직의 목표와 연계하여 일의 Why(의미와 목적)을 알려주어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이 조직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 지 동기부여하여, 팀원이 단순히 부여 받은 업무만 수동적으로 하지 않고 일을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 지 고민하며 주체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셋째, 목표(Objective)와 주요결과(Key Result) 하에 업무 진행상황은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팀원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이슈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임파워먼트는 통제와 자율을 동시에 추구하며 그 사이 적절한 선을 찾는 것이다. 단순히 업무권한만 위임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임파워먼트를 통해 구성원의 자긍심을 심어주고 개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구성원 역시 믿는 만큼 자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묶어 ‘MZ세대’로 칭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밀레니얼 세대는 1981년부터 1995년까지, Z세대는 1996년부터 2010년에 태어난 세대로, 그들 내의 세대 차 또한 약 30년 가까이 나기 때문에 같은 세대로 불리기엔 다른 점이 많다. 밀레니얼 팀장이 소위 말하는 ‘젊은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Z세대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방식으로 소통해가야 한다.
첫째, 상명하복 대신 수평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진정 Z세대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원한다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적시에 명확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Z세대는 빠르고 즉각적인 소통에 익숙하다. 또한 공정성과 팩트에 예민하므로, 피드백을 줄 때에도 사실 중심으로 제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성장에 관심을 두고 대화해야 한다.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 라는 입에 발린 말이 아닌, 진심으로 구성원의 경력개발에 관심을 갖고 일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그들의 자발적인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다.
Z세대에게는 동등한 위치에서의 수평적 소통이 중요한 반면, 여전히 밀레니얼 팀장의 상사인 베이비부머와 X세대에는 상명하복의 수직적 위계가 익숙하다. 조직에서 직급으로나 나이로나 ‘낀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들은 이 사이에서 슬기롭게 균형을 잡고 중간다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첫째, 윗 세대들의 경험과 전문성을 존중하고 경청해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도 좋지만 때로는 답은 이미 우리가 걸어온 길에 있을 수도 있다. 둘째, 의도를 파악하고 핵심 중심으로 소통해야 한다. 마치 상사를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60초 내에 핵심내용을 보고하는 것과 같은 ‘엘리베이터 스피치’기법을 평소에 연습해도 좋다. 짧고 간결하게 상황을 공유하고,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안 중심으로 소통해야 한다. 셋째, 최근 트렌드와 이슈를 적극 공유한다. 최근에는 많은 기업에서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역멘토링이 유행이다. 세대 간 정보격차가 줄어들어 의사소통이 활성화 되고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적 차원으로 실행이 어렵다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조직 내·외 다양한 이슈를 공유하여 상사가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트렌드 대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중간관리자로서 지원해야 한다.
밀레니얼 팀장이 조직 내에서 마주하는 주요 세대의 특성에 기반하여 효과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팁을 몇가지 전수했다. 다만 이런 세대론에서 주의해야할 것이 있다. 첫째는 실제로 세대의 차이보다 개인의 가치관 차이가 더 크다고 볼 수 있으므로 지나치게 세대 간 차이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둘째는 세대 별 특성에 대한 인식이 ‘지나친 선입견’이나 ‘부정적 고정관념’으로 작용하여 미리부터 선을 긋고 나와는 ‘틀린’사람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함께 협업하기 위한 이해의 도구로 사용해야 할 것이다.
기원전 425년경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 부모의 의견에 반대하고, 스승에게도 폭군처럼 군다.’라는 말을 했다. 세대갈등은 비단 21세기 현재만의 문제는 아니며, 어느 시대에서나 반복되어 왔다. 기성세대 역시 한때는 지금의 신입사원과 같았고, 신입사원 역시 언젠가 기성세대가 될 것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되풀이되는 조직 내 세대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세대간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형성된 존중을 기반으로 소통과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막 리더로서 책임을 부여 받은 밀레니얼 세대의 어깨가 무겁다.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여러 세대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차세대 리더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박귀찬 원장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前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 外
前 공정위 독점관리과장 外
前 포스코인재창조원 원장(대표이사)
박귀찬 원장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前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 外
前 공정위 독점관리과장 外
前 포스코인재창조원 원장(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