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수리과학연구소(이하 수리연) 대전 본원과 부산 의료수학센터의 연구자 4명이 협업한다. 지난 해 7월부터는 대한수학회와 함께 ‘코로나19 수리모델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현재 TF에서는 매주 금요일 오후에 2주 후 상황을 예측한 코로나19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다.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❶감염병 발생 조기경보 ❷확산예측 ❸방역정책 제언(자문)이다.
조기경보는 국가별로 알려진 감염병의 국내 발생 현황을 조사하고 이를 알리는 일이다. 질병관리청, 건강보험공단, 중앙의료센터에 모이는 300개 국내 응급실 정보를 토대로 분석한다. 각 기관으로부터 정보를 공유받아야 할 수 있는 일이다.
확산예측은 ‘감염재생산지수’*를 측정해 앞으로의 추세가 어떻게 될지 그려보는 것이다. 재생산지수는 주로 3가지 요인인 바이러스의 전염력, 사람들 간 접촉수준(밀접접촉량), 감염기간을 토대로 도출한다. 예측활동은 일종의 시나리오를 그리는 일이라 최선과 최악의 상황을 모두 산정한다.
* 환자 1명이 평균적으로 추가 감염시키는 사람 수. 1이 기준으로, 1이 넘으면 확산, 1 미만이면 감소세로 본다.
방역정책 제언(자문)은 해당 전염병을 적정 수준에서 통제·관리하거나,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들을 취해야 하는지 연구자로서 거리두기 수준 등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때는, 전염력과 더불어 치사율(중환자 규모)도 중요하게 고려한다. 전염병은 국내 중증환자 치료병상 규모 이내에서 관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국민들께 상세히 설명드리고 싶다. 중증 환자는 전염병 외에도 사고나 다른 질병으로도 발생한다. 만약 전염병이 지나치게 확산되어 치료병상을 모두 이들로 채우게 된다면 다른 분들이 제때 치료를 못 받아 오히려 엉뚱한 데에서 사망률이 높아지게 된다. 이 점이 바로 감염병 통제를 위해 거리두기에 온 국민이 함께 동참하고 협력해야 하는 이유이다. 감염병이 통제되지 않으면,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들로 내 가족이나 이웃이 생각지 못한 데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확산예측 자체가 매우 어려운 활동이다. 요즘같이 복잡한 사회에서는 ‘감염재생산지수’를 가정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 앞서 말했듯, 감염재생산지수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3가지를 주로 보는데, 이 중 사람들 간 접촉수준(밀접접촉량)을 정확히 추산하기가 정말 어렵다. 한 가지 예로,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해외입국자 정보를 보안이나 규정 등 여러 이유로 제공받을 수 없었다. 이후 통신사로부터 로밍 정보를 받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1주일에 한 번 코로나19 리포트를 발표하는 것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작년 가을부터 신문기자나 웹툰 작가들처럼 ‘마감’에 쫓기는 삶을 살고 있다(웃음). 무엇보다 발표 내용에 따라 부담이 생기기도 한다. 희망적인 소식을 드리고 싶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될 것이라는 예측결과를 내놓을 때 마음이 무겁다.
연구자들이 확산예측을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거리두기 단계 등 정책제안을 할 때 그 의견이 반영될 때 보람을 느낀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정책 수립 현장에서의 분위기도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연구자, 의사 등 분야별 전문가들의 의견에 점차 귀 기울이는 추세다. 앞으로 영국 등 선진국들처럼, 전문가 의견이 국가정책 결정에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나 또한 코로나19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이 질문에 연구자로서 정직하게 답변하자면 ‘모른다’ 이다.
20세기 초, 지금과 비슷하게 전 세계에 전염병이 퍼진 적이 있다. ‘스페인 독감’이었는데, 3년 정도 지속되었다. 어떤 이들은 그때와 유사하지 않을까 예측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당시와 현재 처한 상황은 질적으로 다르다고 보여진다. 첫째, 바이러스의 종류가 다르다. 스페인 독감은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였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치명률이 더 높다. 둘째,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이다.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변이중이다. 그런데 우리는 변이종에 대한 정보도 없고 예측도 어려운 상황이다. 셋째, 전 세계 인구 이동량이 그때보다 절대적으로 많다.
이런 요인들을 놓고 보았을 때, 결국 코로나바이러스와의 공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일상생활을 위해서는 지금으로선 치료제가 하루빨리 나오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당장 불편하시더라도 국민들께서 생활방역수칙과 거리두기를 준수해 대규모 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은 올 것이다.
국민들께서 유례없는 전염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것으로 안다. 지금은 협력과 배려가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지금까지 높은 시민의식으로 코로나19 시기를 잘 지나왔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도왔으면 좋겠다.
현장에 계신 연구자분들, 그리고 의료진분들께도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현장의 상황은 하루하루가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로서 어려운 시기에 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주어진 역할에 매진하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저 또한 코로나19에서 국민이 안전해질 때까지 예측 활동을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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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에 도움을 주신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손우식 팀장님과 홍보팀에게 감사드리며 인터뷰는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시행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