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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27 · October 2022

Trend&Brief

최고의 팀을 만드는 Key, 정서관리

박정열 전임교수, 현대자동차그룹 경영연구원

Article at a glance

조직은 복잡한 생명유기체와 같고 생명유기체는 활력 없이 지속가능하지 않다. 우수인재들을 모아놓더라도 활력이 없다면 협력의 강도는 담보되지 않는다. 구성원들의 열정이나 몰입 등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서관리는 성과관리처럼 눈에 드러나진 않으나, 건강한 정서가 주는 효익을 지속 가능한 미래조직의 핵심 자본으로 인식하고 이를 제대로 축적하기 위한 리더와 조직의 노력이 필요하다.

최고들만 모였는데 팀은 왜 실패할까

경영학자 메러디스 벨빈은 그의 저서 ‘팀이란 무엇인가’에서 ‘아폴로신드롬’을 소개했다. ‘아폴로 신드롬’은 유능한 인재들이 모인 집단에서 오히려 성과가 저조한 현상을 말한다. 아폴로팀은 동료에게 자신의 생각을 설득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서로의 주장에 어떤 약점이 있는지에만 관심을 기울인 결과 일치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시급한 일들도 간과해버리는 것이 확인되었다. 심지어 팀 성과가 나쁘면 책임소재를 찾아 서로를 비난하는데 에너지를 소진했다. 어렵고 복잡한 일일수록 뛰어난 인재들이 필수적이지만, 이들의 팀 협력 강도 약화 행위를 방치한다면 팀은 원하는 성과를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인시아드의 마크 모텐슨 교수와 보스턴대 퀘스트롬 경영대학원의 콘스턴스 누넌 해들리 교수는, “훌륭한 팀들은 복잡한 문제에 대해 창의적 해결책을 도출하고, 구성원들은 공통의 문제와 씨름하는 과정에서 동지애와 보람을 얻는다. 뿐만 아니라 높은 성과를 올린 팀들은 구성원들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누구라도 기꺼이 과제에 동참하게 만드는 주도적 조직 문화를 꽃피우며 성과 이상의 것을 달성한다.” 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서 팀이 본래 기량을 달성하려면 복잡한 문제해결, 동지애, 보람, 성장 가능성, 주도적 조직문화가 필수적임을 엿볼 수 있다. 모텐슨, 해들리 교수는 복잡한 문제해결을 ‘성과’, 그리고 동지애, 보람, 성장 가능성, 주도적 조직문화를 ‘성과 이상의 것’이라 표현했다. ‘성과’는 물론 ‘성과 이상의 것’ 모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양자를 모두 수확하는 팀을 필자는, ‘조직활력을 보유한팀’이라 부른다. 본래 기량을 발휘하는 팀이 갖추어야 할 속성에 좀더 천착한 표현이다. 조직은 복잡한 생명유기체와 같고 생명유기체는 활력 없이 지속가능하지 않다. 낱낱의 부품들을 모두 모아 놓는다고 시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계 본연의 목적에 맞추어 긴밀히 연결, 연계 되고 부품 간역동이 생겨야 한다. 활력은 이 유기적 역동이 지속될때 가능하다. 우수인재들을 모아 놓더라도 활력이 없다면 협력의 강도는 담보되지 않는다.

왜 정서관리인가

마릴린 K. 고윙, 존 D. 크래프트 그리고 제임스 캠벨 퀵은 공저 『The new organizational reality(1998)』에서 21세기 준비를 위해 조직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경영혁신이 아니라 ‘Revitalization’, 즉 조직활성화임을 제시한 바 있다. 조직활성화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구성원의 몰입도가 높고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며 문제해결을 위해 상호 긴밀히 연합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구성원들의 모습은 당연히 조직을 생동감 있게 유지하고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 경영혁신이 가능하려면 이런 조직체질 구비가 먼저다. 하지만 많은 조직들이 허약한 체질 위에 혁신을 장착하려는 헛심을 쓰고 있다. 자신의 체질과 체력 상태에 대한 무지 위에 혁신이라는 분에 넘는 결과를 얻으려니 조직의 역동은 퍽퍽해지고 구성원은 번아웃 되기 마련이다.

성과관리가 목적지까지의 여정을 관리하는 것이라면 정서관리는 그 여정에 임하는 모습을 관리하는 것이다. 성과관리와 정서관리는 조직활성화의 두 축이다. 이 양자의 관계는 빙산에 비견된다. 매출이나 수익 등과 같이 수치로 표현되는 성과관리는 수면 위에 떠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고, 구성원들의 열정이나 충성심 등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서관리는 수면 아래에 잠겨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물 밖에 보이는 부분이 빙산의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을 아는 리더라면 조직활성화를 극대화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조직 내 정서를 제대로 관리하고 구성원들의 열정과 몰입을 이끌어내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정서관리는 조직활성화에 있어서 성과관리보다 본질적이고 선행적인 것이다. 정서관리 없는 성과관리 주도의 조직활성화란 모래 위에 성 쌓기와 다르지 않다.

조직활성화에 있어 조직 내 정서가 홀대 되어서는 안 되는 보다 직접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정서는 바로 조직 내 관계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최고역량의 인재들을 모았다 하더라도 관계품질이 엉망이라면 성과는 나지 않는다. 조직 내에서 만연하길 바라는 최상의 관계품질은 바로 신뢰다. 정서는 조직 내 신뢰 풍토 형성에 반드시 필요하다.

  • 정서관리의 핵심과 이를 위한 리더의 역할

    영국 울스터대의 마리 맥허그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과도하게 정서적 압박을 받을 경우, 자기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돼 성과가 낮아지며 반대로 압박과 긴장도가 너무 떨어지는 경우에도 성과는 낮아지는 것이 확인되었다. 결국 정서 건강이 양호하다는 것은 긴장과 압박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적절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과도한 정서적 압박은 불안감으로 이어지고 이는 구성원들의 부정적 태도를 높여 결국 희망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을 약화시킨다. 그래서 구성원의 정서가 건강하지 않은 조직의 경우 생산성이 저하되거나 구성원 이직률, 의료비 비용, 윤리적 문제, 업무상 사고로 인한 비용 발생 등이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리더들은 역량개발을 위한 교육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강도가 높은 상황 속에서도 올바른 판단과 마음의 평정, 실행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정서관리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압박 관리’를 해야 한다. 경영 구루 피터 드러커에게 한 기자가 물었다. “경영자나 리더가 업무를 잘하는지 알려면 어떤 질문을 해야 합니까?” 이에 드러커는, “지난 두 달 동안 어떤업무를 중단하도록 했는지 물으십시오.”라고 답했다. 리더는 구성원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찾아 없애고 꼭 필요한 일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필요하고 과다한 업무는 구성원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하며 이 압박은 번아웃의 직접적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번아웃 방역을 위해 리더가 유념해야 할 것은 이른바 ‘압박 관리’란 얘기다. 스탠포드대의 에마 세팔라 교수는 직원들의 목표치를 현실적으로 조정하고 업무를 고르게 재분배해 압박 수준을 줄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업무를 구성원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업무에 의욕적인 태도를 보이는 일 잘하는 구성원의 특성상 원하는 업무를 맡게 되면 몰입을 통해 원래 컨디션을 되찾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잡무 부담도 줄여줘야 한다. 주 업무와 관련 없이 주어지는 잡무들은 번아웃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번아웃된 구성원이 확인되면 가급적 빨리 근무환경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 ‘의미 관리’를 해야 한다. 『Burnout at Work』를 쓴 리터, 베커, 매슬라크는, “번아웃과 탈진을 같은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번아웃에 대한 가장 큰 오해이며 이로 인해 번아웃에 대한 올바른 대처가 방해받고 있다.”라고 말하였다 . 그는 극도로 바쁜 스케줄로 일하는 의사들을 예로 들었다. “의사들은 한밤 중에도 중환자들을 대하며 완전히 탈진한 상태가 된다. 하지만 꺼져가는 생명을 연장시키고,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들기에 그일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과도한 체력 싸움을 하고 탈진한 상태는 맞지만 번아웃은 아닌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번아웃을 선행적으로 막아내고 면역력을 갖출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바로 ‘왜 내가 이 일을 하는가’, ‘내가 하고 있는 일의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분명한 답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삶과 일에 대한 의미 체계가 명확하고 확고하다면 피로와 탈진 상황이 있을지언정 이것이 번아웃으로 진전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끝으로 세 번째, ‘완벽주의 관리’를 해야 한다. 번아웃 예방을 위해 당장 살펴야 할 것은 리더들의 완벽추구, 그리고 이로 인한 구성원 질책을 꼽을 수 있다. 완벽주의(perfectionism)는 양날의 칼이 다. 대부분의 리더들이 완벽하게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성과를 인정받고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리더의 자리에서 완벽주의는 장점보다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완벽주의는 디테일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인데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다음으로 좀처럼 넘어가지 못한다. 그러다 이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구성원들에게 질책을 통해 결국 돌이키기 어려운 치명상을 입히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리더는 ‘하이 스탠다드(높은 기준)’를 추구하되 완벽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완벽주의는 60cm짜리 허들을 조금의 실수도 없이 뛰어넘기 위해 1m까지 뛰어오르도록 하는 것과 같다. 완벽을 기하려는 의도는 좋지만, 큰 틀에서 보면 허들 하나에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쏟다가 다음 허들을 뛰어넘을 준비를 못해서 경기를 망치게 할 수도 있다. 완벽주의와 하이 스탠다드를 구분하는 가장 좋은 셀프 리플렉션 기준은 ‘내가 완벽을 기하기 위해 추가로 투입한 노력이 얼마나 추가적인 가치를 창출하는가’이다.

  • 이제 정서를 자본으로 바라봐야

    유대관계이론의 창시자 스텐퍼드 대학의 그라노베터 교수는 정서를 중요한 사회적 자본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사회적 자본은 대상에 대한 긍정적 태도, 열정, 충성심 등을 통해 마치 물적 자본이나 금전적 자본과도 같이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무형의 자본을 말하는데 구성원의 정서는 조직 내에서 이러한 사회적 자본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서를 사회적 자본으로 인정한 개념이 바로 정서자본이다. 따라서 정서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서를 조직 내에서 작동하는 일종의 사회적 자본으로 간주하는 리더들의 인식 전환이 먼저 필요하다. 정서를 조직 내 구성원들 간 형성되는 사적이며 비공식적인 메커니즘 정도로 바라 보고 문제나 이슈 발생 시 관련된 구성원간 개별적으로 알아서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여긴다면 조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없다. 아직도 많은 조직들이 우수인재 모으기에만 열중할 뿐 이들의 역동을 활력있게 만드는 데는 소홀하다. 더 늦기 전, 건강한 정서가 주는 효익을 지속 가능한 미래조직의 핵심 자본으로 인식하고 이를 제대로 축적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하겠다.